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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국생활

(영국유학) 내가 골드스미스를 관 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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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드스미스를 관둔 이유



사실 영국에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영어환경에서 펼치고 싶다-였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나의 선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영국이 예술을 배우기에 적합한 나라인가.




 그 질문은 내가 골드스미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진급할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분명 학비를 3학기 분을 냈는데 내가 여름학기에 한 것은 단 5일간의 프레젠테이션뿐이었다. 작업을 하고 싶어도 내 작업실은 이미 3학년의 졸업전시를 위해 공사 중이었다. 여름학기의 내 성적은 저 일주일간의 프레젠테이션-이라 하지만 작품을 자신의 작업실에 전시해두고 일주일간 방치하는 것이 끝이다-으로 평가된다. 여름학기의 1,2학년은 3학년의 졸업 전시를 위한 helper가 되어 수업도, 작업도 못하게 된다. 그렇게 어마 무시한 금액의 학비를 내는데도 여름학기 자체가 없다니. 학비가 너무나도 아깝기 그지없었다.

 2학년이 되면 1학년과는 달리 분명히 뭔가 많이 달라지겠지-했지만 역시나였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Critical Study라고 하는 수업인데, 1학년 때는 모든 1학년들이 공통된 주제를 한 강의실에서 듣고, 강의 후 15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튜터의 지도 하에 세미나를 갖는 형식이었다.

2학년이 되어서는 총 8 분야로 Critical Study가 나뉜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흥미로운 강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며, 자신이 하고 싶은 세미나의 정원이 초과되거나 세미나 선택을 하지 않은 학생들은 무작위로 배정된다. 세미나는 가을-겨울 학기, 봄 학기 총 2학기에 걸쳐서 진행되며(여름학기따위 돈만내지 존재하지 않는다) 각 학기의 방학기간마다 세미나에 관련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물론 이 에세이의 점수는 실제 성적에서도 20%의 비중을 차지하므로 꽤나 신경써야 한다. 세미나들은 모두 학생들의 'political way of thinking'을 기르기 위함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반대로 생각한다면 학생들은 예술에 대하여 이 여덟 가지 분야의 시야로 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업은 물론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배워두거나 참고하면 좋은 지식이지만, 이는 평론가/ 관람객을 양성하는 수업임에 한계를 두고 있지 결코 '예술가'를 양성하는 수업은 아니다. 이 세미나의 여러 가지 문제들 중 가장 큰 문제는 에세이에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과 그에 관련된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 아닌, 학교의 세미나에서 가르침 받은 내용에 대하여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본인이 희망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들은 그다지 큰 문제를 찾지 못하겠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은 세미나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강제성을 띠게 된다. 거기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것은 학교에서 전혀 요구하지 않으며, 그것을 쓰는 것은 학생이 알아서 할 일이다.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작품에 관한 글을 요구로 하지 않는 예술대학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물론, 이 세미나들에 대하여 자신이 관심이 없는 분야 일지더라도 자신의 작품과 연관시켜 본인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 또한 분분하다. 하지만 이에 나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든다. 좋은 예로, 필자는 Feel Your Desire이라는 세미나에 참여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이나 이끌림에 대한 철학적인 사고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세미나는 주로 페미니즘에 관련된 주제로 진행된다. 페미니즘과 전혀 관련이 없는, 우주와 인간의 욕망에 관련된 작업을 하는 필자는 벌써부터 에세이가 걱정이 된다.



그렇다면 골드스미스는 학생들을 위해 Critical Study가 아닌 어떤 수업을 제공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1학년 때 간단한 예술사 지식과 철학 수업이 예술학생들의 originality를 위한 수업이라고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기면 그에 관련된 공부를 개별적으로 신청해서 수강하는 식이라면, 그 어느 학생에게 강요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의 작업을 위한,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에세이는 꼭 강의에서 언급된 주제에 관하여 적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작업이 어떠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이 예술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 비슷한 점/다른 점/떠오르는 특이점에 대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작업과 작업의 독자성을 기르는 에세이가 예술가를 위한 대학 에세이라 생각한다.




2편에서 계속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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