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싱가폴 여행 후기 - 2편
싱가포르는 직접 와 보면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겠지만, 영어가 공용언어이고 그 다음으로 중국어, 힌두어, 아랍어 등 여러 언어들이 동시로 사용된다. 그 만큼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융화되어 살아가는 나라이다. 특히 지하철의 안내방송이 4개의 다른 언어로 방송되는 건 아마 전 세계적으로 싱가폴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본다.
미국이 제아무리 인종의 용광로라고 한들, 이렇게 작은규모의 나라에서(도시=나라) 이렇게나 많은 수의 문화들이 한곳으로 융화된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종교시설/유적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졌다. 출장으로 온 지라,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아침시간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내어서 일단 MRT를 타고 사원이 밀집해있는 차이나타운역으로 출발했다.
차이나타운은 정말 어느 나라이든 있는 것 같다. 여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의 수가 전체 중국인 수의 6퍼센트라는데... 정말 가히 미친 인구수가 아닐 수 없다. 차이나타운역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다. 다가올 설날(차이니즈 뉴 이어)를 맞이하여 붉은색과 금색으로 많은 등불을 달아두어 인상적이었다.
골목골목에 들어선 상점들의 간판이 인상깊었다. 어느 곳은 힌두어, 어느 곳은 영어, 어느 곳은 중국어... 영어밖에 읽지 못하는 자신에 조금은 실망(?)감을 느낄 뻔 했다.
마스지드 모스크에 도착했다. 사실 의도치않게 찾아버린 모스크이다. 모스크에 들어가는건 처음이었다. 영국의 화이트채플에 엄청 큰 모스크가 하나 있는데, 지나가기만 했지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그만큼 나는 이슬람교에 별로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들어가본 모스크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침착한 분위기였다. 입구에는 여러 언어로 번역된 코란이 놓여져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기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했다. 짧은 반바지를 입은 사람일 경우, 비치해둔 코트(?)로 노출된 부분을 가리고 들어가야한다.
모스크 안에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의식을 개선하고자 여러 언어로 이슬람교에대한 설명을 적어두고있다. 그들의 종교는 분명히 그리스도교와 뿌리가 같은 것이라, 매우 놀랐다. 특히 한국에서의 이슬람의 시선은 곱지 않은데, 아마도 ISIS같은 극단적인 집단들의 테러행위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이 모스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슬람을 소개하는 글들, 그리고 그들의 경전인 코란을 읽어본 결과 결코 모든 이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슬람교도 여타 종교와 같이, 성실하고 바른 생활을 하라는 가르침을 하고 있었다.
모스크에서 나와서 좀 더 걸었다. 이번에는 힌두교의 사원인 시리 마리암만이다. 입구부터 힌두교의 여러 신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독특했다. 힌두교의 사원도 모스크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했다. 내부는 굉장히 장식적이었다. 벽화나 지붕의 조각들은 세밀하게, 그리고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다.
힌두교의 신화에 관심이 조금 있어서, 벽화나 조각이 상징하는 것들을 이해해보고자 했지만 역시나 얄팍한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것은, 이색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동의 이슬람교와 모스크와는 확연히 다른 문화였고, 다른 종교였다. 가끔씩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헷깔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두 사원들을 가보면 차이점이 분명히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입구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번 더 찍어보았다. 왼쪽의 전선만 없었으면 좋은 사진이 되었을텐데...
사진의 윗부분에 보이는 조각상을 보면 알겠지만,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한다. 그러기에 이 사람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것은 이슬람이다. 나는 힌두교의 3대신을 좋아한다. 창조의 브라흐마, 균형의 비슈뉴, 그리고 파괴의 시바. 삶과 우주의 순서를 그대로 신으로 신격화시킨듯해서 마음에 든다. 참고로 시바신의 피부색은 파란색으로 묘사가 된다!
종교투어를 시작한 이유인 불아사! 나는 불교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 불아사는 부처의 불, 이빨의 아, 절의 사 자를 쓴다. 그야말로 부처의 이빨을 모셔놓은 절이다. 이 절은 위의 (한국인에겐)이색적인 사원과는 다르게 익숙하다. 중국식으로 지어진듯 하면서, 잘 보면 일본의 건축양식도 조금조금씩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부처가 까꿍해준다. 신기한게, 뒤의 벽화에 다섯마리의 황금용이 그려져있다는건데, 부처와 용의 콜라보레이션은 나에겐 매우 신선했다. 불교중에서도 동아시아의 문화에 좀 더 접한 불교사원임을 잘 나타낸다. 내부는 그야말로 화려함의 절정이다. 힌두교의 사원보다, 이슬람의 모스크보다 훨씬 화려했다. 양쪽 벽은 자세히보면 작은 부처들로 채워져있다. 그야말로 황금부처로 벽이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가보면 그 디테일과 노가다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것이다...
살짝 뒤를 돌아보면 이번엔 산스크리트어(범어)가 적혀져있다. 옴마니반메훔인가 싶었지만 아닌듯 싶다...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결합이다.
원래 불교의 경전은 다 산스크리트어로 적혀져있다.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석가모니는 사실 범어로 샤카무니이다. 그걸 한자로 적어서 우리나라로 건너져오고, 한글로 적어서 석가모니가 되었다. 언어의 이동이라. 참으로 신기하지 않는가?
본론인 부처의 이빨을 보기 위하여 4층으로 이동한다. 4층까지가는 엘레베이터가 있다.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이라면 못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엘레베이터 위치가 숨겨진곳에 있어서 찾기 어려웠다. 3층은 박물관인데 내가 방문했을때는 리뉴얼공사로 닫아서 아쉽게도 보지못했다.
4층은 부처의 이빨을 모셔놓은 특별한 관으로서, 사진이 전면 금지되어있다. 모든 장식은 신중하고 디테일하게 장식되어있었다. 대부분 산스크리트어로 적혀져있어서 읽지 못해서 매우 슬펐다... 독일어를 마스터하고 난 다음에 꼭 공부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부처의 이빨은 정말 작아서 정신을 매우 집중하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로 확대해서 보여준다. 마치 종유석, 하나의 돌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딱히 성스럽다 그런 느낌은 아니지만, '아, 부처도 사람이었지.' 라고 다시 되새김할 수 있었다. 관내는 매우 조용했다. 명상을 위한 자리도 특별하게 있었다.
부처의 이빨을 보고 난 다음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차이나타운을 구경했다. 불아사 바로 옆 노점상에서 범어로 옴마니반메훔이 적혀져있는 팔찌를 팔길래 샀다. 마음에 든다!
굳이 싱가포르까지가서 다른 문화권의 종교시설을 뭣하러 보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이란 관광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 스며드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여러 문화가 혼합된 싱가폴에서 나는 다른 종교더라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문화를 보고 배우고싶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고,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느꼈다.